서양화가 박윤숙 beatta가 들려드리는 drawing class입니다. 오늘은 dr-beatta의 그림쟁이로 살아오면서 있었던 에피소드와 약력, 그리고 그림 그리면서 좋았던 점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1. 장래의 희망 난에 썼던 화가의 길
한국미술협회 수채화분과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림쟁이입니다. 병약했던 어린 시절 1년의 반 이상을 학교에 가지 못하고 집에서 그림 그리며 책 읽기로 소일했던 덕분에 어쩌다 학교에 가면 친구들에게 그림을 그려준다거나 교내외 사생실기대회가 있으면 당연히 참가했고 운 좋게도 늘 상을 타곤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언제부터인지 장래희망을 물으면 화가라 답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버님의 이른 별세와 어머니의 파산으로 가세가 곤궁해진 가운데 주경야독의 길을 택했고 대학 재학 중 전국 대학 미술대전을 비롯 여러 공모전에 도전 각종 상을 섭렵했습니다.
2. 휴지기를 지나 재 도전
결혼과 함께 육아로 인한 휴지기가 있었고 아이들이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다시 그림을 시작했습니다. 각종 공모전에 도전하며 정진하던 중 목우회 공모대전에서 운 좋게도 서양화 부문 최고상을 받게 되어 화단의 주목을 받게 되고 화가로서의 길을 본격적으로 걷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돌아보면 상복과 구비구비 좋은 스승님을 만나는 행운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일련의 과정들은 결핍에 의한 결과물이었단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삶에 있어 결핍이란 결코 나쁘지만은 않다.' 혹시라도 힘듦 중에 계신 분들이 이 글을 읽으신다면 힘내시고 정진하시길 바랍니다.
3. 그림을 그리며 좋았던 점
그림은 늘 제 곁을 떠나지 않고 지켜주는, 희로애락을 함께 해준 감사한 존재였습니다. 한 해가 시작되면 섬진강 매화로부터 꽃소식이 전해져 옵니다. 이어서 바로 산수유가 피고 진달래와 개나리, 목련, 이렇게 숨찬 여정이 시작되고, 꽃을 쫓아다니다 보면 어느새 초여름 계곡을 찾게 됩니다. 그렇게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맞게 되지요,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있어 그림을 그리게 되면 사계절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전 그런 야외 스케치, 여행 스케치가 참 좋았습니다. 추억과 함께 그림이 남게 되니 두고두고 추억을 되씹을 수 있고, 자연을 친구 하며 사유의 폭도 넓어지죠, 좋은 공기 덕에 건강에도 좋습니다.
5. 기억에 남는 전시
지금은 크고 작은 전시가 많지만 제가 다시 시작했던 90년대엔 그렇지 못했습니다. 그때 어떤 분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전시장의 문턱이 너무 높다. 작가들이 찾아다니는 전시를 하면 어떻겠냐?'고요, 그 말씀이 뇌리에 아직 박혀 있을 그즈음 마침 서울 아산병원 갤러리를 발견했습니다. 포트폴리오를 내고 심사를 받고 초대작가가 되면 3주를 대관해 준다는 겁니다. 보통은 일주일 정도였는데 말입니다.
6. 서울 아산병원 초대전
소등후 깜깜한 가운데 24시간 불 밝혀놓은 전시관은 환우분들에게 많은 위안을 주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함석지붕의 古家 그림을 보시며 지난날을 추억하시던 할머니, 그곳은 비가 오면 빗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는 말씀을 하시며 이렇게 그림으로 보게 해 주어 고맙다며 어깨를 토닥여 주시던, 지금도 비가 오면 그분이 생각납니다, 또 며칠을 연속해 들려 인도의 '끄땀미나르' 앞에 서있던 장래 화가가 되고 싶다던 소녀, 장호원 톡실마을의 복사꽃을 보시고 항암 투병의 의지를 불태우시던 환우분, 그림 앞에서 눈물을 줄줄 흘리시던 중년 부인 등 많은 깨달음과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준 전시였습니다.
7. 한일 작가 5인 전
오사카 주일 대한민국 총영사관은 오사카 중심지에 우리 교포분들께서 모은 기금으로 건립된 건물이랍니다. 그 자체만으로도 감동인 그 건물의 부속 건물 오사카 한국문화원의 1층에 갤러리. 오사카의 대부분 갤러리들은 2층 이상의 곳에 자리하고 있었기에 일본 작가분들도 부러워했던 자부심 뿜 뿜 했던 갤러리였습니다. 교포분들은 저의 할미꽃 그림을 보시며 눈시울을 붉히며 고국을 그리워하셨고, 저의 설경은 당시 겨울연가 열풍으로 일본 부인들의 마음을 저격했습니다.
저의 금강산 풍경과 고골의 설경은 남한의 여성작가가 북한의 풍경을 그렸다며, 古瓦의 고골 풍경은 스토리 텔링이 되어 아사히 신문에도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8. 루불 가루솔 아트 쇼핑몰에서 열린 가루솔아트페어
2017년, 낯선 갤러리의 루불의 가루솔 아트 쇼핑몰에서 열리는 아트페어에 초대 받게 되었습니다. 아들이 시간을 내어준 덕분에 '항암 5년 완치 판정' 자축하는 의미로 파리 근처를 돌아볼 겸 해외 아트페어에 처음 참여해 봤습니다. 나의 고집스런 그림을 이들은 어떻게 봐줄까? 이들의 아트 시장은 어떨까? 등등의 설렘을 안고, 미술시장은 거의 비슷한 듯, 작가들은 첫마디가 그림을 얼마나 팔았냐? 에 관심이 많았고, 국내에선 비교적 많이 팔렸다는 아들의 말에 눈을 반짝이며 흥미로워했습니다. 그들 역시 수채화인 내 그림의 마띠에르에 관심 많이 가져주었습니다만 아들이 본인의 일 때문에 늘 함께 할 수 없어 통역을 통해 그림을 설명하려니 답답하고 부끄러웠던 흑역사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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